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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America)

2006.05 남미3편-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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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113.54) 댓글 0건 조회 539회 작성일 19-10-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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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다.  넓은 땅 덕분에 남북으로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적당한 기후에서 나는 질 좋은 포도주와 과일이 유명하다.
길게 세로로 뻗어있는 높은 안데스 산맥을 가로지르며 아르헨티나와 칠레 도시를 번갈아 가며 남쪽으로 이동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트래킹을 위한 도시 '푸에르토 나탈레스'다.
저질 체력이지만 이상하게 '트래킹'이란 단어에 설레서 언니들을 설득했다.
쉬운 일일투어도 있는데 왜 트래킹이냐고? 나도 모른다. 그냥 가고 싶었다.ㅋ
파이네 국립공원 안의 W코스 트래킹이 가장 일반적인데 보통 3박~5박정도가 걸린다.
코스 주변의 롯지나 숙소도 있지만 내가 갔던 때는 겨울에 접어들어 모두 문을 닫았다. 방법은 야영 뿐.
언니 둘과, 나, 나탈레스에서 만난 언니 1명, 이렇게 넷이서 계획을 짜고, 텐트와 야영 장비를 대여했다.
마트에서 4일 동안 먹을 쌀과 소세지 과자 과일을 샀다. 짐을 4등분해서 나눠보니 쇠덩이 같다.. 그냥 트래킹도 힘든데 이걸 어찌 지고 간담..ㅠㅠ
딱히 등산복도 없어 누덕누덕 아무 옷이나 겹쳐 입고 한국여자 4인방은 출발했다.
반나절을 걸었을까 반대로 걸어나오는 몇몇 서양애들이 보였다.
트래킹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우리를 보곤 캠핑장 다 문 닫았다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며 출구를 향해 나간다.
해질 무렵 도착한 캥핑장에는 그래도 2-3개의 텐트가 보였고, 맛있게 밥과 누룽지를 끓여먹은 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잠들었다.
(새벽에 미친듯이 추워서 입 돌아가는 줄 알았다..ㅠㅠ)
지도에 의존해서 걷고 또 걸었다. 빨간 실선이 코스길이다.

다음날은, 길이 꽤 험했다.  점점 체력이 고갈되어 간다.
첫날 끊없이 수다를 떨던 언니들은 점차 말이 줄어든다.
힘들다.. 국립공원이 워낙 큰 탓에 표시를 잘못 보고 뺑뺑이 돌기도 했다.
강에서 바로 뜬 물로 말 없이 밥을 해먹고 걷고 또 걸었다.
빙하가 떠다니는 강 옆.. 아무도 없는 빈 캠핑장에 들어서자마자
무섭게 해가 떨어진다. 랜턴에 의존해 겨우 밥을 해먹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새벽에 비바람이 불어댄다. 강으로 떠내려 가는 건 아니겠지...하며 zzz..

그렇게 해가 뜨면 걷고, 배고프면 쉬면서 밥을 해먹고, 해가 지고 난 뒤 잤다.
마지막 캠핑날, 음식을 먹어치워 짐이 조금 줄었다.
이제 적응이 되어가는지 발이 저절로 움직인다. 물집도 더이상 아프지 않다.
이제는 농담까지 하며 여유있게 이동하던 중 지도를 잘못 봤는지
캠핑장이 나오지 않는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빛 하나 없는 산속에서 길을 잃거나 캠핑장을 못찾으면 잠도 못 자게 될 판이다.
4명은 거의 뛰다시피 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해진 곳에서 랜턴을 들고 이동하다가 자칫 굴어떨어질뻔 했다. 헉헉.;;;

마지막날. 아무도 없는 산 속의 밤. 하늘에 수백개의 별이 보였다.
좁은 텐트안에 모여 누룽지 차를 마시고 누웠는데 좀처럼 잠이 안온다.
(4명이서 나란히 누워자는데 양끝은 너무 추워서 하루씩 돌아가면서 끝에 잤다..
오늘 난 끝에 자는 날. 등이 시리다..ㅠㅠ)
몇시간 잤을까. 아직 깜깜한 밤. 텐트 밖에서 뭔가가 그림자가 슥 지더니 킁킁 대다가 없어진다. 
야생 동물인듯 했다. ㅠㅠ 혹여나 텐트 안으로 덮칠까 떨며 잠들었다.

날이 밝아온다. 근처 나무 뒤에서 장을 비운 뒤 (온통 야외 화장실 ㅋㅋㅋ) 아침을 먹으려고 가방을 열었는데..
소세지가 몽땅 도난당했다!! 쥐!!~~~ 쥐똥만 주변에 가득하다 ㅠㅠ
일부러 나무에 걸어놨는데 귀신같이 빼갔다.
어쨋든 마지막 날이니 대충 준비하고.. 탈출하듯이 미친듯이 걸어걸어 종착지 사무실에 도착했다.
힘들긴 힘들었는지 트래킹 동안에 사진이 몇장 없다.
자연 속에서 온 몸으로 느끼며 미친듯이 걸어본 첫 경험이었다.
못 씻어 떡진 머리와 기름진 얼굴, 땀 냄새, 발 냄새로 노숙자꼴이었지만, 가슴만은 뻥~ 뚫린 듯 시원했다.
숙소로 돌아왔다. 가방 옆에 달고 다니던 미니 전기장판을 깔고 깊은 잠을 잤다.

체력에 한계에 도전했던 어설펐던 첫 트래킹이 안전하게 끝나서 다행이다.
나중에 히말라야도 오르리라 다짐했다. (그 뒤 2008년 서른에 히말라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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